九月四日鷄未鳴起作 (구월사일계미명기작) 陸游 (육유)

九月四日鷄未鳴起作(구월사일계미명기작) 陸游(육유)

放翁病過秋 (방옹병과추)
忽起作醉墨 (홀기작취묵)
正如久蟄龍 (정여구칩룡)
靑天飛霹靂 (청천비벽력)
雖云墮怪奇 (수운타괴기)
要勝常憫黙 (요승상민묵)
一朝此翁死 (일조차옹사)
千金求不得 (천금구부득)

9월4일 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서 짓다 陸游(육유)

병상에 누워 있던 방옹이 가을을 보내다가
홀연히 일어나 취한 듯 붓을 놀리네
(글씨의 약동하는 필세는) 마치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던 용이 뛰어나온 것같고
푸른 하늘에 벼락을 날리는 듯한 기세가 있구나
비록 이 글이 좀 괴이하고 기이하다고 누가 말해도
가엾게 여겨 보아준다면 볼 만도 하리라
하루 아침에 이 늙은이가 죽게 된다면
그때 천금을 주어도 이 글씨를 구하지 못하리라


방옹은 육유의 호(號)이다.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가을이 끝나갈 무렵인 음력 9월 4일이다. 이 가을까지 병상에 누워 있던 육유는 어느날 새벽 닭보다 먼저 눈을 뜨고 일어나 보았던 모양이다.

醉墨(취묵)이라 표현은 病者(병자)여서 몸이 취한 듯 흔들거리는 상태에서 붓을 잡았다는 말로 해석하기도 하고, 병을 이겨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치 술에 취하듯 흥겹게 붓을 놀리려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손을 떨면서 오랜만에 붓을 잡았지만 병자답지 않게 힘찬 필력으로 쓰기 시작했고, 오래 칩거하고 있던 용이 하늘로 올라갈 때는 하늘이 진동하듯 격렬한 천둥과 번개가 따른다고 해석한다. 후자의 경우 병에서 벗어난 듯하여 붓을 놀리려 하지만 여전히 몸은 말을 듣지 않는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본다.


관련 한자어

靑天霹靂(청천벽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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