鹿柴(녹채) 王維(왕유)
空山不見人 (공산불견인)
但聞人語響 (단문인어향)
返景入深林 (반경입심림)
復照靑苔上 (복조청태상)
녹채 - 왕유(王維;?699-761?)
빈 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사람의 말소리만 울려 오네.
노을 빛이 숲 속 깊이 들어와
다시 푸른 이끼 위로 비치네.
鹿柴(lùchái)
왕유는 만년에 당나라의 수도인 창안(長安)에서 남쪽으로 약 45㎞ 떨어진 산시성[陝西省] 란톈[藍田]의 왕촨[輞川(망천)]에 별장을 짓고 은거하였다. 그곳에서 친구인 배적(裵迪)과 함께 자연을 즐기며 왕촨의 경승 20곳, 곧 '망천20경(景)'을 노래한 오언절구(五言絶句) 20수를 지어 《망천집(輞川集)》에 실었는데, <녹채>는 20수 가운데 제5수이다.
녹채란 사슴을 키우는 울타리를 뜻한다.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말소리는 들려오는, 속세에서 멀어져 있지만 완전한 탈속(脫俗)은 아닌 듯한 고요함 속으로 저녁 노을빛이 들어와 푸른 이끼 위에 비치는 광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하였다. 속세를 초탈하고자 하는 내적 세계를 개관적 사물에 반영한 시로서, 시불(詩佛)이라 칭하는 왕유의 선시(禪詩)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이다.
《당시전주(唐詩箋注)》에는 “‘인적이 없다(不見人)’와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다(但聞人語響)’라고 한 것은 숲이 깊기 때문이다. 숲이 깊어 햇볕이 덜 들면 이끼가 자라기 쉽다. 저녁에 되비치는 빛이 스며들고 빈 산은 고요하니 진실로 사슴이 터전을 삼기 알맞은 곳이다. 시가 매우 섬세하다”라고 해설하고 있다.
輞川集(망천집)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