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袁氏別業 (제원씨별업) 賀知章 (하지장)

題袁氏別業(제원씨별업) 賀知章(하지장)


主人不相識 (주인불상식)
偶坐為林泉 (우좌위임천)
莫謾愁沽酒 (막만수고주)
囊中自有錢 (낭중자유전)

원씨의 별장에 써서 붙이다 - 하지장

주인과는 서로 알지 못하나
어쩌다 임천이 좋아 마주 앉았네.
부질없이 술 살 걱정일랑 마소
주머니 속에 나도 돈이 있으니.


题袁氏别业(tíyuánshìbiéyè)


하지장은 성당(盛唐)의 시인으로, 두보가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서 '음주팔선(飮酒八仙)'의 한 사람으로 꼽을 만큼 술을 좋아하였다. 이 시의 제목은 '원씨(袁氏)의 별장에 써서 붙이다'라는 뜻으로, '제(題)'란 어떤 장소나 그림 등을 소재로 시문을 짓는 것을 뜻한다.

기구(起句)와 승구(承句)는 《세설신어(世說新語)》 〈간오(簡傲)〉 편에 실린 진(晉)나라의 서예가 왕헌지(王獻之)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왕헌지는 오군(吳郡)에 들렀을 때 고벽강(顧辟疆)이라는 사람의 집 정원이 훌륭하다는 말을 듣고 모르는 사이인데도 무작정 찾아가서는 주인과 손님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정원을 품평하며 구경하였다고 한다. 이 시에서 작자는 그와 같이 주인과 서로 교분이 없는 사이지만 단지 임천, 곧 정원이 좋아 마주않게 되었으며, 혹시라도 주인이 잘 모르는 손님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까 궁리한다면 술 살 돈쯤이야 자신에게도 있노라고, 호기롭고 예법에 구애받지 않는 소탈함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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