聽蜀僧濬彈琴(청촉승준탄금) 李白(이백)
蜀僧抱綠綺(촉승포녹기)
西下峨眉峰(서하아미봉)
為我一揮手(위아일휘수)
如聽萬壑松(여청만학송)
客心洗流水(객심세류수)
餘響入霜鐘(여향입상종)
不覺碧山暮(불각벽산모)
秋雲暗幾重(추운암기중)
촉땅의 스님 준이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를 듣고 - 이백
촉땅의 스님 거문고 품에 안고
아미산 내려와 서쪽으로 왔네
날 위해 한 곡조 연주하니
만산 골짜기의 솔바람 소리 듣는 듯하네
나그네 마음은 유수에 씻기우고
은은한 여음은 상종(霜鐘)과 같네
모르는 새 산빛이 황혼에 물들고
가을 구름 겹겹이 어두워졌구나
听蜀僧浚弹琴(tīng shǔ sēng jùn tánqín)
聽 들을 청 | 蜀 나라 이름 촉 | 僧 스님 승 | 濬 깊을 준 | 彈 연주할 탄 | 琴 거문고 금 |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이백이 지은 칠언율시(七言律詩)이다. 제목은 '촉땅의 스님 준이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를 듣고'라는 뜻이다. 촉(蜀)은 이백의 고향으로, 멀리 고향에서 온 준(濬)이라는 이름의 승려가 자신을 위하여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를 듣고 느낀 감회를 묘사한 시이다.
녹기(綠綺)는 녹기금(綠綺琴)을 가리키는데, 한(漢)나라 때 유명한 문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탁문군(卓文君)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연주하였던 거문고라고 한다. 여기서는 반드시 녹기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거문고로 보아도 무방하다. 고향땅에서 온 거문고의 명인이 자신을 위하여 연주하는 음률에 취하니 흐르는 물에 마음을 씻기듯 객지생활의 시름도 잊어버린다. 유수(流水)는 거문고 연주곡의 명칭이기도 하며, 상종(霜鐘)은 해마다 첫서리가 내릴 때면 스스로 울린다는 고대의 종으로 여기서는 시인의 마음과 음률이 서로 호응하는 동성상응(同聲相應;같은 소리끼리는 서로 응하여 울린다는 뜻)의 의미를 지닌다. 연주가 끝나자 사방은 어느새 황혼이다.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음악에 취한 가을날의 정경이 생생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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